콩알탄(Bang snaps)은 모래나 톱밥, 종이 가루 등을 소량의 화약과 함께 얇은 종이에 돌돌 감싸 만든 장난감입니다.
문방구에서 구매할 수 있고, 제품을 던져서 충격을 주면 화약이 급격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소음을 내며 폭발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폭탄과도 같아서 여러 개를 모아 한꺼번에 터뜨리면 위력도 폭탄 같을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사실 검색해보면 직접 실험해서 영상을 올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과를 보면 모아 놓고 터뜨려도 연쇄적으로 터지지 않을 뿐더러, 많이 터뜨려도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왜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걸까요?
콩알탄에 사용하는 물질은 풀미네이트 은과 풀미네이트 수은입니다. 이들은 화학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해서 마찰이나 열, 충격 등이 가해지면 쉽게 폭발합니다.
쉽게 폭발하는 이유는 풀미네이트(fulminate) 이온이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구성 원자는 동일하나 성질이 다른 시아네이트(cyanate) 이온과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두 이온 모두 탄소(C)와 질소(N), 산소(O)가 하나씩 결합되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풀미네이트 이온은 탄소-질소-산소(CNO)의 순서로, 시아네이트 이온은 질소-탄소-산소(NCO)의 순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시아네이트의 전자 배치는 안정적이나 풀미네이트의 전자 배치는 불안정하다는 건데, 일반적으로 전자가 밀집한 곳은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하거나 스스로 붕괴할 수 있어 불안정합니다.
두 이온의 전자 분포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위와 같고, 시아네이트 이온은 공명 구조를 형성하면서 풀미네이트 이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른 전자 분포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전기음성도가 큰 산소에 전자가 밀집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반면 풀미네이트 이온은 전자를 분산시키기 못하고, 탄소와 산소에 전자가 밀집해있고 불안정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풀미네이트는 탄소와 산소에 불안정한 지역이 있고, 시아네이트는 산소에만 불안정한 지역이 있어서 불안정한 지역이 더 많은 풀미네이트에 자극이 가해지면 쉽게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또한, Ag⁺(은) 또는 Hg²⁺(수은)과 이온 결합하면 풀미네이트 화합물은 전자가 많은 산소가 외부로 노출되는 반면 시아네이트 화합물은 산소가 금속 이온과 결합하면서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더욱 안정적이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풀미네이트 화합물에 자극이 가해지면 쉽게 화학 반응을 일으켜 빠르게 열을 내며 부피가 팽창합니다. 또한, 팽창되는 속도가 음속보다 빨라서 충격파가 발생해 큰 소리를 내며 폭발합니다.
그리고 폭발할 때 발생하는 화학 반응을 살펴보면 네 가지의 화학 반응이 있는데, 풀미네이트 수은이 화약으로 쓰인 경우 흡입·접촉·섭취 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수은(Hg)이 발생할 수 있으니 내용물을 만지는 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소량의 화약이어서 가능성은 낮으나 순간적으로 많은 열을 방출하므로 화상의 위험이 있고, 발열 반응도 있어서 인화성 가스나 불꽃, 연기 등에서 터뜨리면 화재 위험성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콩알탄을 한 꺼번에 모아서 터뜨려도 큰 효과가 없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폭발성이 있는 물질을 많이 모아두면 작은 충격에도 폭발할 확률이 증가하고, 더 큰 충격을 만들어내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는 물질 중 일부에 충격이 가해져 폭발이 일어났을 때 주변 물질에 충격이 전해져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므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콩알탄은 화약 외에도 모래나 톱밥 등을 함께 넣는다고 했습니다. 이것들의 역할은 완충제로 화약으로 쓰인 물질이 워낙 불안정해서 아무 때나 폭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고, 폭발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또한, 해당 물질은 흔히 알려진 같은 질량의 다른 폭발물과 비교해도 폭발 에너지(TNT equivalent)가 0.4~0.5배 정도 낮습니다.
이는 풀미네이트를 포함한 물질이 1차 폭발물이라서 그런건데, 1차 폭발물이란 외부의 마찰이나 충격 등의 자극으로 인해 폭발이 시작됐을 때 열과 빛 등의 형태로 에너지를 빠르게 방출하는 물질을 말하고, 폭발 에너지는 크나 쉽게 폭발하지 않는 2차 폭발물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그래서 1800년대에는 다이너마이트 또는 후장식 총포의 뇌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가격도 비싸고, 수은이 발생해 건강에 좋지 않아 다른 화학물질로 대체됐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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