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해야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바로 호흡인데, 호흡은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활동입니다. 호흡의 목적은 영양물질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것입니다. 생명 활동의 기본이고, 호흡이라는 대사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생명체는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즉, 호흡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활동을 인위적으로 중단할 수 있습니다. 의지를 갖고 숨을 멈추면 되는데, 단순 놀이의 목적으로 숨을 얼마나 오랫동안 참을 수 있는지 알아볼 때 이와 같은 행동을 합니다.
통상적으로 30초에서 90초 정도를 버틸 수 있고, 그 이상을 버티는 사람도 있으나 많이 힘듭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 의지가 강한 사람이 숨을 계속 참아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해보면 우리가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해당 주제에 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흡에 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호흡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으나 의지를 갖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만약 의지에 따라서만 이루어졌다면 우리는 수면 중에 죽음을 맞이했을 겁니다. 다행히 살아있는 이유는 호흡 활동에 관여하는 기관이 의지대로 호흡할 수 있는 곳 뿐만아니라 의지와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곳도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를 보면 크게 세 부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바깥쪽은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로 영장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그 안쪽은 본능 또는 감정에 관여하는 대뇌변연계로 포유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역할들을 하는 뇌간과 소뇌로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이렇게 세 부위를 살펴보면 바깥으로 갈수록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안쪽으로 갈수록 단순하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중 사용자가 의지를 갖고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은 대뇌피질과 변연계의 일부 신경세포인데, 의지에 따라서 척수를 직접 자극해 숨을 천천히 또는 가쁘게 내쉴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의지를 갖지 않아도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은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뇌간의 연수라는 부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의지와 상관없이도 호흡을 자동으로 할수있을까요? 호흡은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과정이므로 혈액 내에 산소 또는 이산화탄소가 얼만큼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다행히도 체내에는 산소 또는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있는지 감지하는 센서가 있습니다. 바로 말초 화학수용체(Peripheral Chemoreceptor)로 총경동맥 분지부의 경동맥체(carotid body)와 대동맥체(aortic body)에 존재합니다.
말초 화학수용체는 혈액 내의 산소분압이 60mmHg 이하로 떨어지거나 이산화탄소 분압이 40mmHg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극을 받아 호흡중추인 연수를 자극합니다. 이로써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호흡 근육을 작동시켜 숨을 쉬도록 합니다.
그리고 우리 신체는 호흡이라는 중요한 활동을 한 곳에서만 하게끔 하지 않았습니다. 호흡중추인 연수 자체에도 센서가 있는데, 연수 표면의 미주신경과 설인신경 출구 부위에 수소이온(H⁺) 농도를 감지하는 중추 화학수용체(central chemoreceptor)가 존재해서 감지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웬 수소이온 농도를 감지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호흡을 멈추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안되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혈액 내 수소이온 농도 증가를 야기합니다. 즉, 연수에서 수소이온 농도를 감지해 간접적으로 호흡이 필요한 상황임을 판단하고, 호흡 근육을 작동시켜 숨을 쉬도록 해주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앞서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였습니다. 만약 의지가 정말 강해서 연수에 의한 자극을 버틸 수 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불가능에 가까우나 가능하다고 했을 때 기절할 겁니다. 기절하면 의지력이 더는 관여할 수 없으므로 수면할 때와 마찬가지로 연수에서 자유롭게 호흡 조절을 할 수 있게 되어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최근 틱톡의 '블랙아웃 챌린지'로 어린이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채널에서 다뤘던 '의지가 강한 사람이 숨을 계속 참으면 어떻게 될까?'의 주제의 내용과 다른 게 아니냐는 의견들을 주셔서 답변 남깁니다. 실제 사망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순수하게 숨을 참아서 사망한 사례가 아니라 줄이나 끈, 벨트 등을 이용해 목을 조르다가 질식으로 사망한 사례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보도되는 사례는 https://www.ellitoral.com/sucesos/ret... 이 기사이고, 읽어보면 목에서 줄을 풀지 못해 사망했다고 나와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뉴욕포스트에서 발행한 기사(https://nypost.com/2023/01/17/12-year... 인용해서 기사를 발행한 것 같은데, 해당 기사에서도 이 내용이 분명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외의 다른 사망 사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콘텐츠를 같이 작업한 엑소님의 말씀에 따르면 줄이나 끈을 이용해 목을 매다는 경우 경동맥을 압박하면서 순간 혈압이 증가한 것으로 뇌에서 착각하고, 혈압을 낮추기 위해 심박수를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뇌로 가는 혈류량이 목 졸림으로 인해 줄어든 상태에서 심박수까지 떨어지면 뇌에 산소 공급이 안되어 짧은 시간에 기절할 수 있고, 어떠한 대처도 불가해 그대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즉, 이와 같은 챌린지는 따라 해서도 안 되고, 할 이유도 없습니다.
* 원고 투고 : 과학커뮤니케이터 엑소(이선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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