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은 사람의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육체 밖의 세상을 인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워낙 신비로운 현상이라서 그런지 영화나 책 등에서 소재로 많이 쓰였고, 덕분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현상입니다.
믿기지는 않으나 이 현상을 경험해본 사람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5~10%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유체이탈은 잠들어 있을 때보다는 깨어있는 채로 누워있을 때 경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즉, 꿈을 꾼 것이 아니라는 것인데, 유체이탈은 실제 일어나는 현상일까요?
유체이탈이 정말 가능하다면 유체이탈이 가능한 대상을 밀폐된 공간에 격리해놓고 공간 밖에서 다른 사람이 적은 글자를 맞힐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육체 밖의 세상을 인지할 수 있으면 영혼이 공간 밖으로 나와 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1968년에 진행한 실험에서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Miss Z)이 있었는데, 실험자가 졸고 있을 때 몰래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적 의심이 있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해당 경우를 제외하고 이외의 많은 연구에서 테스트를 확실하게 통과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면 유체이탈은 거짓일까요? 10명 중 1명이 경험한다고 했는데, 무시하기에는 어려운 수치라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고,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답은 뇌에 있습니다. 뇌는 시각 정보와 촉각 정보, 몸속 느낌 정보 등을 서로 다른 부위에서 각자 처리한 다음에 그 정보를 한꺼번에 모아서 “나”라는 존재를 인식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는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의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중 대뇌 표면을 구성하는 회백질로 이루어진 바깥층 부분을 대뇌피질이라고 합니다.
대뇌피질은 위치에 따라서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의 네 개의 엽으로 구분하는데, 앞서 뇌에서 여러 정보를 한꺼번에 모아서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모이는 곳 중의 한 곳이 바로 측두엽과 두정엽이 만나는 부위인 측두두정 접합부(TPJ, Temporoparietal junction)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측두두정 접합부에 전기자극을 가했을 때 유체이탈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뇌장애 증상인 뇌전증(간질) 환자의 경우 측두두정 접합부에 발작이 일어났을 때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와 내 몸에 대한 정보가 측두두정 접합부에서 결합하는 것으로 추정했고, 이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유체이탈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정신적 외상을 겪었을 때나 감각 이용에 결함이 생겼을 때, 죽음에 가까워진 상태를 느끼는 임사 체험을 할 때 등에서도 유체이탈이 유도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고, 현대인의 경우 인공적으로 유체이탈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이용하는 것으로 등 뒤에 나를 찍는 카메라를 달고, VR을 통해 그 모습을 송출해주면 됩니다.
본인의 뒷모습을 보는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화면에 보이는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느끼는데, 일종의 유체이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카이스트(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졸업+의식과학 분야 연구자 장현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