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은 입에서 나오는 더운 김으로 추운 날씨에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기체 형태에는 입김 외에 방귀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추운 날씨에 방귀를 뀌면 입김처럼 보일까요?
입김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공기에 수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보여주는 절대적인 양인 이슬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대기 중 공기에는 수분(수증기)이 존재하는데, 보통 온도가 높아지면 최대 수분량이 많아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최대 수분량이 적어집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 있던 수분이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최대 수분량이 적어질 겁니다.
이때 대기 중 공기의 수분이 포화(상대습도 100%)되면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 못하므로 액체 상태인 물방울이 되는데, 이때의 온도가 이슬점과 같아집니다.
이슬점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입김에 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람의 호흡을 통해 나온 숨에는 수분이 많습니다. 숨은 체온과 비슷한 36.5℃ 정도이나 체내의 70%가 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이슬점의 온도는 25℃(=36.5*0.7)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내뱉은 숨의 이슬점 온도보다 기온이 낮으면 내뱉은 숨의 수분이 포화되어 초과된 양의 수분이 응결해 물방울이 됩니다.
정리해보면 동일한 이슬점에서 기온이 낮을수록 응결하기 쉬운데, 이슬점 온도가 너무 낮으면 수분이 적으므로 겨울일 때도 눈이 와서 습도가 높아 이슬점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때 입김이 오래 남는 것이고, 맑고 건조한 겨울에는 습도가 낮아서 입김이 금방 사라지는 겁니다. 또한, 겨울이 아니더라도 간혹 선선하면서 비가 내리는 여름에도 미약하게나마 입김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입김이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숨의 수분이 응결하면서 수많은 미세한 물방울이 만들어지고, 이 물방울들은 입자들이 크므로 모든 파장을 산란하는 비선택 산란(nonselective scattering)을 하여 모든 색이 합쳐져 하얗게 보이는 겁니다.
여기까지 입김의 원리도 이해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추운 날씨에 방귀를 뀌면 입김처럼 보일까요? 결론을 말해보면 방귀에는 수증기 함량이 적어서 김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수분 함량이 높은 설사의 형태일 때 그나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방귀가 나오는 항문의 모양도 입김을 만들기에는 다소 부적합합니다. 항문의 모양을 입 모양으로 표현해보면 잔뜩 오므린 ‘호…’정도로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입김이 나오기 위해서는 입을 살짝 벌린 ‘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음식을 식힐 때는 ‘호~ 호~’ 불고, 추워서 손을 녹일 때는 ‘하~ 하~’를 하게 됩니다. ‘하~’를 했을 때는 공기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빠져나오므로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숨을 느낄 수 있어서 따뜻합니다.
그런데 ‘호~’를 했을 때는 입을 오므리고, 숨을 입 밖으로 빠르게 뱉습니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부피가 팽창하므로 외부와 열교환 없이 부피가 늘어나는 단열팽창이 일어나는데, 팽창할 때 내부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에너지가 감소해 온도가 낮아지게 되어 시원한 바람이 나오게 됩니다.
즉, 항문의 모양이 입김을 만들기 부적합하고, 방귀는 항문에서 나오는 속도가 입김을 만들어내고자 하기에는 비교적 빠르므로 이러나저러나 김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자문 : 서울대학교 대기과학전공 대학원생 김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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