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 드르륵은 학창시절에 수학 선생님이 주로 하던 묘기로 칠판 위에 분필을 이용해 점선을 빠르게 그리는 기술입니다. 이때 드르륵 소리가 함께 나는데, 쉬는 시간에 한 번쯤 따라 해봤을 겁니다. 그런데 분필 드르륵의 원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일단 방법을 설명해보면 분필 끝을 가볍게 잡고, 칠판에 수직으로 갖다 댄 다음에 위와 같이 90°보다는 살짝 크게 기울여줍니다. 그 각도를 유지한 채 분필에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힘을 일정하게 가하면서 선을 그려주면 분필이 튀어 오르는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짧은 주기로 칠판에 점선을 그립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분필 호핑(chalk hopping)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이해하기 쉽게 분필 점프라고 하겠습니다. 분필이 칠판에 선을 그리는 동안에는 칠판에 의한 마찰력(두 물체 사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받습니다. 그런데 평행한 방향으로 마찰력이 작용했음에도 칠판의 수직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조금 의아합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캘리포니아 주립대(California State University, Fullerton)의 기계공학 교수인 존 샌더스(John W. Sanders)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역채터에 의한 현상임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역채터(reverse chatter)는 지속해서 접촉한 두 물체가 진폭이 증가하는 일련의 충돌이 발생했을 때 접촉을 잃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람이 가슴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린 다음에 공이 멈출 때까지 위아래로 튕기는 것을 본다고 하겠습니다.
공은 지면에 부딪힌 다음에 튀어 오르는 것을 반복하다가 튀어 오르는 높이가 점차 낮아지는 채터(chatter) 현상을 보일 겁니다. 이와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면에서 튀어 오르는 것을 반복할 때마다 높이가 점차 높아지는 경우를 역채터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설명을 들어보면 없던 에너지가 생겨나는 것처럼 보여서 이해하기 힘듭니다.사실 칠판 위의 분필은 손으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분필과 칠판이 이루는 각도를 90°보다 살짝 크게 한 상태에서 선을 그리면 마찰에 의해서 칠판과 분필 사이에서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 충돌이 점점 커지면 분필의 움직임 진폭이 커지고, 어느 순간에는 분필이 점프하는 것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잘 와닿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배운 마찰력의 개념 때문일 겁니다. 사실 칠판과 분필 사이를 확대해보면 울퉁불퉁하고, 마찰에 의해 기계적, 열적, 전기적 현상 등 다양한 물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칠판에 분필로 드르륵하면서 점선을 그릴 수 있는 이유는 분필과 칠판 사이의 마찰로 인해 미세한 충돌이 발생했고, 역채터 현상에 의해 충돌 진폭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자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엔너드 Eng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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