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을 먹을 때 고기의 단면에서 정체 모를 형광의 빛깔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보면서 고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 사람이 많을 텐데, 결론부터 말하면 고기의 품질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에서 형광 빛깔이 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므로 거부감이 들고, 괜히 맛도 없어 보입니다. 왜 고기의 단면에서 형광 빛깔이 나는 걸까요?
우리 눈에는 그냥 고기지만, 고기는 가느다란 단백질의 가닥인 미오필라멘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오필라멘트가 다발로 모이면 근원섬유가 되고, 근원섬유가 모이면 근섬유가 되고. 근섬유가 모이면 근섬유 다발이 됩니다.
근섬유 다발이 수십 개 모이면 근속을 형성하고, 근속이 여러 개 모이면 덩어리가 됩니다. 그리고 덩어리가 여러 개 모인 게 우리가 잘 아는 근육입니다.
바로 이 근육을 얇게 썰었을 때 섬유 다발이 끊어지면서 끊어진 단면에 결이 생깁니다. 여기에 빛이 비추어지면 회절격자(diffraction grating)에 의해 빛이 반사되는데, 회절격자는 다수의 평행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새겨 놓은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고기의 단면에 회절격자가 있고, 여기에 빛이 반사되어 빛의 회절을 일으켜 형광색의 빛깔을 만듭니다.
이는 CD 뒷면에서 볼 수 있는 형광색의 색깔이 생기는 원인과 같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CD 표면을 확대해서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홈이 있고, 여기에 빛이 비추어지면 반사하면서 산란합니다.
이때 일부 빛의 파장은 상쇄간섭으로 소멸하고, 일부 빛의 파장은 보강간섭하면서 보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고기의 단면에서도 관찰할 수 있고, 수분 함량 등에 따라서도 색깔이 다양합니다.
이유는 알겠는데, 왜 형광색의 빛깔이 듬성듬성 관찰되는 걸까요? 육류의 색소는 크게 근육의 미오글로빈과 혈액의 헤모글로빈으로 결정됩니다. 헤모글로빈은 혈류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고, 미오글로빈은 혈액에서 근육으로의 산소 이동을 촉진해주는 일을 합니다.
보통 동물을 도살할 때 방혈(放血)이라고 피를 뽑는 작업을 합니다. 피를 뽑으면 고기는 미오글로빈이 약 80~90%, 헤모글로빈이 약 10~20% 정도를 함유한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미오글로빈과 헤모글로빈의 분포가 고르게 이루어진 것만은 아닙니다. 어느 쪽에는 헤모글로빈이 더 많을 수 있고, 헤모글로빈이 많은 부위에 열을 가했을 때 녹색에 가까운 형광색의 빛깔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족발뿐만 아니라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물고기 등에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잘 모르는 현상이므로 고기의 품질에 관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이외에도 변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온도나 pH, 미생물, 금속이온 등이 요인일 수도 있는데, 육류 조리과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앞으로는 고기의 단면에서 형광색의 빛깔을 발견했어도 걱정하지 말고, 맛있게 먹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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