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피자 메뉴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메뉴가 점점 다양해지더니 지금은 설명을 따로 읽어보지 않으면 뭘 넣어서 만든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피자 브랜드마다 독창적인 메뉴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자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해외에서 들어온 음식은 확실합니다. 그래서인지 메뉴명에 외국어가 많이 보이는데, 여러 피자 브랜드의 메뉴명을 살펴봤을 때 한국어로 된 메뉴명은 몹시 드문 편입니다.
찾아 보면 불고기 피자와 고구마 피자 정도가 있고, 브랜드에 따라 독창적인 메뉴명이 포함된 한국어 메뉴를 제외하면 나머지 피자 메뉴는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불고기 피자는 영어로도 불고기(bulgogi)니까 그렇다고 하고, 고구마 피자는 왜 고구마를 한국어 그대로 남겨둔 걸까요? 그리고 왜 감자 피자는 포테이토 피자라고 했을까요?
이 의문이 생겼을 때 고구마가 영어로 무엇인지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익숙하지 않을 텐데, 스위트 포테이토(sweet potato)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잘 모를까봐 고구마는 한국어로 남겨둔 걸까요?
여러 피자 브랜드의 메뉴명을 전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애초에 ‘고구마’가 들어간 이름의 피자를 판매하지 않는 곳이 꽤 많았습니다.
보통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였는데, 아예 팔지 않거나 파는 경우 ‘고구마’라는 한국어 대신에 영어인 스위트 포테이토를 줄여서 ‘스위트(또는 스윗)’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구마 피자’ 메뉴는 가격대가 저렴하다고 알려진 브랜드에서 주로 판매했고, 조사한 자료를 간략히 정리해보면 위와 같습니다. 보면 대부분 피자 브랜드에서 감자가 메인으로 들어간 피자는 포테이토 피자라고 해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감자 피자는 포테이토 피자라고 하면서 고구마 피자는 스위트 포테이토 피자가 아니라 왜 고구마 피자라고 한 것인지 궁금해서 고구마 피자 메뉴명을 사용하는 업체 두 곳에 문의해봤습니다.
일단 한 업체에서는 감자의 영어명인 ‘포테이토’를 과자 이름에서도 볼 수 있는 등 익숙해서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으나 고구마는 영어명이 익숙하지 않기에 사용 시 의미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피했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피자 업계에서 ‘고구마 피자’라는 메뉴명을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른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감자로 만든 포테이토 피자의 경우 감자 피자라고 했을 때 네이밍적으로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점 등을 말해주었습니다.
다른 한 업체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주었는데, 감자는 이미 많은 곳에서 포테이토라고 사용하므로 고객이 쉽게 인식할 수 있으나 고구마의 영어명인 ‘스위트 포테이토’는 잘 사용하지 않아서 인식에 어려움이 있기에 쉽게 접근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고구마’는 한국어로 썼다고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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