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은 4층 이하의 공동주택을 연립주택이라고 합니다. 연립주택은 소규모 토지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어서 광복 직후부터 아파트 건설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많이 지었던 주거형식입니다.
그런데 주택 옥상이든 아파트 옥상이든 대부분 건물 옥상의 바닥은 이상할 정도로 초록색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왜 대부분 옥상 바닥은 초록색일까요?
대부분 건물주가 초록색을 선호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옥상 바닥을 초록색으로 한 이유는 비가 왔을 때 옥상에 물이 고이지 않게 하려고 칠하는 방수 페인트 때문입니다.
방수 페인트에는 우레탄 방수제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이 우레탄 방수제에는 산화크롬(chromium oxide)이라는 물질이 들어가는데, 위의 사진처럼 짙은 녹색입니다. 이것 때문에 방수 페인트의 색도 초록색이고, 색상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초록색의 옥상이 많은 편입니다.
오해하면 안 될 것은 색을 바꾸는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어도 그냥 사용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옥상은 외부인이 출입하는 공간이 아니므로 굳이 비용을 더 부담해서 색상을 바꿀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옥상이 초록색으로 되어 있으면 멀리서 봤을 때 마치 녹림이 우거진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담으로 정부에서 1970년대 산림녹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적이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옥상 바닥을 녹색으로 칠하면 하늘에서 봤을 때 산림이 우거진 것처럼 보이므로 이런 효과를 노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연립주택 건설이 활성화됐던 시기와 비슷하니 꽤 신빙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5월 <맨 인 블랙 3>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배우 ‘윌 스미스’가 비행기에서 우리나라 건물 옥상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본 해외 네티즌들은 건물 옥상에 초록 잔디가 깔린 줄 알고 ‘아름답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즉, 그냥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쨌든 옥상 바닥 색상으로 회색도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흰색은 더러워지기 쉬우므로 조금 어두운 색인 회색을 사용하는 것인데, 몇 년 전부터 흰색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흰색으로 했을 때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옥상은 햇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공간입니다. 이때 건물 옥상 바닥의 색상에 따라 햇빛을 반사하기도 하고, 흡수하기도 하는데, 옥상 바닥이 초록색이면 햇빛과 열을 15% 정도만 반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흰색의 옥상은 햇빛과 열을 75% 이상 반사할 수 있어서 건물의 실내 온도를 평균 4℃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냉방비 절감으로 이어지므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도시 열섬효과를 줄일 수도 있어서 쿨루프 또는 화이트 루프라는 이름으로 권장되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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