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입안 깊숙한 곳을 자극하면 구역질이 날까?

많은 사람이 식사 후 칫솔을 이용해 치아와 혀를 닦습니다. 이때 칫솔이 목젖이나 혀 안쪽 또는 목구멍 안쪽을 자극하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와 같은 현상을 구역 반사(Gag reflex)라고 합니다.

구역 반사가 심하면 실제 구토도 하므로 구토하고 싶을 때 입안 깊숙한 곳을 일부러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구역 반사는 무슨 원리이고, 왜 발생하는 걸까요?

우리 몸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반사라는 작용이 존재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이 자극에 반응하기까지 신경계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극이 오면 대뇌까지 자극을 전달한 뒤 대뇌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한 후에 적절한 반응을 하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대뇌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발끝의 경우 자극이 발생하고 근육이 반응하기까지 1~3초의 시간이 걸립니다.(*키가 크면 더 걸릴 수 있음)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어떤 자극이냐에 따라 매우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령 걷다가 못을 밟은 경우 바로 반응하지 않으면 그 짧은 시간 동안 더 깊숙이 박힐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반사 작용이 있는 건데, 자극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심한 통증 자극이 발생하면 대뇌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척수에 있는 짧은 신경인 사이신경세포(interneuron)를 통해 바로 운동신경 세포를 자극하여 반응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대뇌에 신호가 도달하기 전에 반사 반응을 보여서 아프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기도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필수 기전이고, 우리 몸에는 이러한 반사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른 예시로는 손으로 뜨거운 냄비를 만졌을 때 팔꿈치를 구부리는 반사가 있고, 넘어지려고 할 때 반사적으로 팔을 내미는 반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반사는 주로 신경계의 척수(spinal cord)가 결정을 내리므로 척수 반사(spinal reflex)라고 합니다.

각설하고, 입안 깊숙한 곳을 자극할 때 발생하는 구역 반사처럼 얼굴에서 나타나는 반사는 척수 대신 뇌간(brainstem)이 결정하므로 뇌간 반사(brainstem reflex)라고 합니다. 구역 반사가 대표적이고, 눈에 뭐가 들어가면 눈꺼풀을 감는 반사나 동공에 빛을 쬐면 동공이 수축하는 반사 등도 잘 알려졌습니다.

뇌간 반사의 원리는 척수 반사와 비슷합니다. 입안 깊숙한 곳에 자극이 발생하면 뇌간이 신호를 대뇌로 보내는 동시에 뇌간의 사이신경세포를 통해 구역질 반응을 먼저 하도록 합니다.

구역질 반응의 목적은 이물질을 뱉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일반적으로 목구멍이 열리는 상황은 우리가 음식을 인식하고 먹고자 삼킬 때인데, 이런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갑자기 목구멍 안쪽으로 뭔가가 들어와 자극을 유발한다면 음식이 아닐 것이므로 구역 반사로 나타나는 겁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은 해결했고, 이러한 구역 반사는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작동하므로 굉장히 불편합니다. 그래서 구역 반사를 줄이는 방법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방법이 있긴 합니다.

일단 이론적으로 훈련을 통해 구역 반사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폭식증이나 대식증 환자의 경우 구역 반사를 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믿을 수 있는 곳에 게재된 논문들을 참고해보면 안정제를 복용해 심리적 불안을 줄이거나 목구멍에 국소 마취제를 발라 감각 신호를 억제해 구역 반사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면 호흡에 집중하는 것처럼 주의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고, 출처가 불분명한 곳에서는 목구멍에 계속 자극을 주거나 주먹을 꽉 쥐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는 등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의학과 과학을 강의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의사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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