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판매업체는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상품권은 현금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정해진 액수의 무기명 채권을 말합니다. 상품권만 있으면 해당 상품권 금액의 범위 안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품권은 현금과 동등한 가치를 지녔으므로 굳이 구매해서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현금의 활용가치가 더 크고, 상품권은 구매할 수 있는 물품에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권 판매업체에서는 사람들이 상품권을 구매하게끔 하기 위해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였고, 선물의 용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마케팅을 열심히 했습니다. 무엇보다 할인해서 판매하는 게 효과가 좋았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더 비싸게 파는 것도 아니고, 할인까지 해서 판매하면 이들 판매업체는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요?

상품권을 이용해 사용자가 물품을 구매하면 사용처에서는 상품권 판매업체에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청구합니다. 그러면 상품권 판매업체는 현금화에 성공하면서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수익구조는 이러한데, 아무리 봐도 얼마 남지 않을 수익구조입니다. 그런데도 망하지 않고 꾸준히 운영한다는 게 의아합니다.

상품권은 소비자가 사용하기 전까지 종이쪼가리에 불과합니다. 이 종이쪼가리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50원에서 200원 정도이고, 온라인으로 팔면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없습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종이쪼가리인 상품권을 구매하면 상품권 판매업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용하기 전까지 소비자가 제공한 유형의 가치인 현금은 기업의 보유 자산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상품권을 구매한 뒤 바로 사용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러한 현금이 모이고 모여서 큰돈이 됩니다. 그러면 이 돈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있고,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자수익도 많아집니다.

모 상품권 업체의 2016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자수익이 약 11억5천만 원이었고, 기타 수익이 약 14억6천만 원이었습니다. 즉, 공짜 수익(낙전수입)이 엄청납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상품권을 구매 또는 선물받은 걸 잊어버려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상품권의 유효기간인 5년이 지나면 이 돈도 공짜 수익이 되는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71억 원이나 됩니다.

이들의 영업수익이 321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금액이 영업 외 수익으로 발생했습니다. 이런 형태의 수익구조는 비정상적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초기 상품권은 1961년부터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금을 대신할 수 있기에 고급 선물로 인식됐고,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자금 추적이 어려워서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 1994년 상품권법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1999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 소비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법을 폐지하면서 인지세만 부과하면 상품권을 ‘무제한’으로 유통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당연히 상품권 판매업체에서는 상품권의 유통량을 최대한 늘려야 좋으므로 본래의 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권을 판매합니다.

사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소비자입니다. 본래의 가치보다 저렴하게 구매해서 본래의 가치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돈 놓고 돈 먹는 일입니다. 만약 소비자가 동시에 단체로 상품권을 이용해 결제한다면 상품권 판매업체는 파산할 겁니다. 이는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뱅크런은 은행이 파산할까봐 다수의 고객이 은행에 맡겼던 돈을 동시에 찾는 일을 말하는데, 모든 사람이 동시에 돈을 찾으러 가면 은행은 돈을 줄 능력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일반적으로 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났어도 5년 이내라면 90% 현금으로 환급 가능합니다. 일부 업체에 따라 방식이 다르니 상품권 발행 업체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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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판매업체는 어떻게 돈을 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