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끌 때 어둠이 퍼지는 속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세상은 스스로 빛을 내는 광원(光源)에서 나온 빛과 이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나온 빛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물체가 반사한 빛이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인데, 빛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편의상 태양이 떠 있는 밝은 시간대를 낮, 태양이 진 어두운 시간대를 밤이라고 합니다. 밤이 오면 어둠이 찾아오고, 낮에는 잘 보였던 물체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데, 태양 빛을 반사하는 달빛이 존재하기에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주제에서 말하는 어둠은 밤이 아니라 빛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를 의미하고, 보통 이런 곳을 암실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암실에서 인공광원으로 불을 밝히고 있다가 끄면 어두워질 텐데, 이때 어둠이 퍼지는 속도를 잴 수 있지 않을까요?

밝은 곳에서도 눈을 감으면 눈꺼풀이 빛을 차단하여 어두운 상태가 되고, 다시 눈을 뜨면 빛이 눈으로 들어와 밝은 상태가 됩니다.

사람은 눈을 뜸과 거의 동시에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진공에서 1초 동안 약 30만km를 이동하는 빛이 아주 빠른 속도로 눈으로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이 속도는 어둠이 사라지는 속도이자 어둠이 나타나는 속도. 즉, 빛이 사라지는 속도이자 빛이 다가오는 속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빛의 속도를 물어봤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답변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정보입니다.

그런데 이 빛의 속도는 어떻게 잰 걸까요? 속도는 이동한 거리를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되므로 단순하게 주변 매질(*파동을 전달하는 물질)이 빛에 작용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일 경우 일정 거리를 빛이 이동할 때 걸린 시간을 측정한 뒤 나누면 빛의 속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조수와 함께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언덕에 랜턴을 하나씩 들고 각각 올라가서 한 사람이 랜턴의 덮개를 열고 반대편 언덕을 향해 불을 비춘 뒤 그 불빛이 반대편 언덕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실패했습니다. 왜냐하면, 랜턴의 덮개를 열고 반대편에서 보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러니까 빛이 너무 빨라서 당시 기술로는 측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Ole Rømer)는 목성의 위성을 관찰하는 천문학적인 방법을 사용해 빛의 속도를 처음으로 측정했습니다.

이오(Io)는 목성의 위성 중 가장 안쪽을 돌고 있는 위성인데, 목성의 그림자에 의해 태양 빛이 이오에 도달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고, 이 현상을 식(蝕)이라고 합니다. 뢰머는 이오가 목성의 그림자로 들어가 사라진 때와 목성의 그림자에서 나와 보이는 때를 기록하며 식이 나타난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위 그림에서 지구가 A 위치에 있을 때 식을 관찰한 시간보다 B 위치에 있을 때 식을 관찰한 시간이 더 짧게 측정됩니다.

빛이 A와 B 사이의 거리만큼 더 이동해야 지구에 있는 관측자에게 도달하기 때문인데, 이때 A와 B 사이의 거리는 지구 공전궤도의 지름입니다.

뢰머는 지구 공전궤도의 지름 길이를 지구가 A 위치에 있을 때의 식 관측 시간과 B 위치에 있을 때의 식 관측 시간 차인 약 22분으로 나누어 빛의 속도를 초속 21만 2000km(=초속 2억 1200만m)로 계산했습니다.

당시 지구공전궤도 지름의 길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값이 우리가 아는 빛의 속도와는 큰 차이가 있긴 합니다.

어쨌든 이후 여러 과학자가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해서 실험의 정확도가 올라가며 빛의 속도도 갱신됐고, 1983년에 개최된 제17회 국제 도량형 총회(CGPM, General Conference on Weights and Measures)에서 1m를 빛이 진공에서 1/2억 9979만 2458초 동안 움직인 거리로 정의함으로써 빛의 속도는 2억 9979만 2458m/s(=299,792km/s)가 됐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