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고, 뽑은 머리카락의 뿌리 쪽을 자세히 보면 일부 머리카락에 투명한 젤리 같은 게 모발의 끝 부분을 감싸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져보면 쉽게 머리카락에서 떼어낼 수 있는데,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질문을 주신 분의 댓글에는 모근, 모낭, 피지, 단백질 덩어리, 두피, 영양분, DNA 등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었으나 정답으로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헤어 캐스트(Hair cast)라고 합니다.
머리카락을 뽑았을 때 볼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발의 발생 과정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고, 과정을 알아보면서 모발과 관련해 많이 왔던 질문도 함께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모발은 생장기와 퇴행기, 휴지기의 3단계 사이클을 갖습니다. 생장기에서는 모근에 있는 세포가 활발히 분열하면서 모발이 자라고, 퇴행기에서는 모근이 표피 근처로 점점 올라옵니다. 그리고 휴지기에서는 모발이 빠지고, 다시 아래에서는 모구부(Hair bulb)가 모유두(Hair papilla)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모발을 생성합니다.
모발의 발생 과정을 간략히 알아봤는데, 많이 왔던 질문 중의 하나가 눈썹은 왜 자라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해보면 눈썹 모발의 생장기가 짧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백발로 변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생장기에서 생성하는 멜라닌 색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해결할 질문은 털을 깎으면 왜 털이 굵게 자라느냐는 건데, 모근을 뽑지 않는 이상 모발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습니다. 이는 모발의 굵은 단면이 보이면서 그렇게 느끼는 것뿐입니다.
여기까지 간단한 궁금증을 해결했고, 모발의 발생 과정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모발 구조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모발, 모낭, 모구, 모근, 모간 등 비슷한 용어가 많이 나와서 헷갈렸을 겁니다. 이를 확실히 구별해야 주제의 의문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먼저 모발은 모낭(Follicles)에서 시작합니다. 모낭은 모발을 만드는 피부 기관으로 표피(피부의 상피 조직)가 피하조직으로 움푹 들어가면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모근(Hair root)은 피부 속에 있는 모발이고, 피부 밖으로 나온 모발은 모간(Hair shaft)이라고 합니다. 모낭은 모근을 전체적으로 감싸주어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모낭 아랫부분이 모구부를 감싸고 있고, 모구의 바깥쪽으로 모유두가 존재합니다. 모유두에는 많은 혈관이 분포하고 있어서 새로운 세포를 형성하기 위한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모유두를 덮고 있는 모모세포(Germinal matrix)가 모유두로부터 영양분을 받아서 열심히 세포를 분열해 모발을 성장시킵니다.
여기까지 명칭 구별을 해봤습니다. 더 나아가서 모낭의 일부인 내모근초(Inner root sheath)와 외모근초(Outer root sheath)에 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모낭의 내측을 내모근초라고 하고, 외측을 외모근초라고 하는데, 모구부 근처에서 세포분열로 만들어져서 모발이 생장할 때 함께 올라갑니다.
모발이 완전히 각화(표층의 세포가 각질을 이루는 현상)해서 휴지기가 될 때까지 모근과 함께 올라가는 일을 도와주는데, 모발이 표피까지 이동해서 탈락하면 모근초들은 비듬이 되어 두피에서 떨어집니다. 근데 모발이 완전히 각화해서 탈락하기 이전에 인위적으로 머리카락을 뽑으면 어떻게 될까요?
성장 중인 상태에서 그대로 뽑힙니다. 즉, 투명한 물질의 정체는 내모근초·외모근초의 일부이고, 아직 비듬으로 없어지기 전이었으므로 모발이 생장 중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연적으로 탈락한 모발에서는 투명한 물질을 볼 수 없고, 자연적으로 탈락한 모발은 휴지기를 지났으므로 모근이 위축해서 뿌리가 뭉툭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뽑으면 그 자리에서 모발이 안 자라냐는 질문도 많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발모하면 모낭에 손상이 가고, 안 자랄 수도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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