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를 구매하기 위해 성능을 비교하다 보면 60Hz, 120Hz, 144Hz 같은 숫자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숫자는 모니터가 1초 동안 화면을 몇 번 새로 보여주는지를 뜻하는데, 이를 주사율(Refresh Rate)이라고도 합니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화면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화면 전환이 빠르고 순간적인 반응이 중요한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높은 주사율의 모니터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정말 사람의 눈이 144Hz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우리 눈은 빠른 변화를 어떻게 볼까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우리 눈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 눈 안쪽 망막에는 두 종류의 시세포가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원추세포는 색을 인식하는 데 주로 관여하고, 간상세포는 밝고 어두운 정도인 명암을 감지하는 데 주로 관여합니다.
그런데 이 두 세포는 망막에 고르게 분포해 있지 않습니다. 위 그래프는 시세포의 분포를 보여주는데, 가운데 0은 황반 중심에 있는 중심와입니다. 중심와에는 원추세포가 매우 촘촘하게 모여 있으나 중심와에서 벗어나면 원추세포(Cones)는 줄어들고 간상세포(Rods)는 많아집니다.
이렇게 망막의 어느 위치로 보느냐에 따라 주로 분포하는 시세포가 달라지고, 주변 밝기에 따라서도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작동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두 세포는 빠르게 변하는 빛에 반응하는 특성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람의 눈이 빠른 변화를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는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60Hz가 사람 눈의 한계일까요?
그래도 시각계가 시간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자극을 어느 정도까지 구분할 수 있는지 측정하고 비교할 때 사용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임계 깜빡임 주파수(CFF, Critical Flicker Fusion Frequency)라는 건데, 깜빡이는 빛을 더 이상 깜박임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연속된 빛처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경계가 되는 주파수를 의미합니다.
일부 문헌에서는 인간의 임계 깜빡임 주파수를 60Hz 정도로 보고합니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건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어서 단순히 ‘사람의 눈은 60Hz까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임계 깜빡임 주파수는 깜빡이는 빛을 구분하는 한계이기 때문에 60Hz와 144Hz 모니터의 움직임을 구분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60Hz와 144Hz를 직접 비교하면?
그렇다면 실제 모니터를 놓고 비교한 연구는 없을까요? 2026년 PC 액션 게임 이용자 101명을 대상으로 60Hz와 144Hz, 360Hz 모니터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화면 속 표적을 빠르고 정확하게 맞히는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각 시행이 끝날 때마다 직전 화면보다 움직임이 더 부드러웠는지 덜 부드러웠는지를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60Hz와 144Hz의 화면 부드러움 차이를 유의미하게 구분했고, 60Hz와 360Hz의 차이 역시 구분했습니다. 그런데 144Hz와 360Hz 사이에서는 어느 쪽이 더 부드러운지 유의미하게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144Hz의 움직임이 더 부드러운 이유
그렇다면 60Hz와 144Hz에서는 무엇이 달라졌기에 차이를 느낀 걸까요? 60Hz 모니터는 약 16.7밀리초(ms=0.001초)마다 화면을 새로 보여주지만, 144Hz 모니터는 약 6.9밀리초마다 화면을 새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144Hz에서 위치가 더 짧은 간격으로 바뀌어 나타나기 때문에 움직임이 더 촘촘하고 부드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화면을 보여줄 기회가 더 자주 오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력이나 게임 속 변화가 화면에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지연시간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즉, 144번의 화면을 하나하나 따로 구분했다기보다 이런 시간 간격의 차이로 나타나는 움직임의 부드러움을 구분한 겁니다.
컴퓨터 성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제대로 느끼려면 컴퓨터의 성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게임 화면은 컴퓨터가 여러 장의 화면을 빠르게 만들어 모니터로 전달하는데, 이때 컴퓨터가 1초에 만들어내는 화면의 수를 프레임률, 즉, FPS라고 합니다. 컴퓨터 성능이 부족해 게임을 144FPS 수준으로 구동하지 못하면 144Hz 모니터의 성능을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게임 효과와 사용 목적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연구에서는 이런 차이가 단순히 화면을 더 부드럽게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60Hz에서 144Hz나 360Hz로 주사율을 높였을 때 표적을 맞히는 정확도가 3% 이상 향상됐고, 표적을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00밀리초(ms : 1/1,000초) 이상 줄었습니다. 반면 144Hz와 360Hz 사이에서는 수행 능력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리해 보면 사람의 눈은 60Hz와 144Hz에서 나타나는 화면의 부드러움 차이를 구분할 수 있고, 덕분에 게임 수행 능력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문서 작업이나 영화 감상 정도만 즐기는 사람이라면 60Hz 모니터를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또 주사율이 높아질수록 느낄 수 있는 차이가 계속 커지는 것은 아니며, 컴퓨터 성능이 받쳐줘야 의미가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안과 전문의 전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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