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써가는 비누는 왜 거품이 잘 안 날까?

손을 씻거나 빨래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비누의 분자 구조는 위와 같습니다. 비누 분자는 물에 녹기 쉬운 친수성기 부분과 기름에 녹기 쉬운 친유성기(소수성) 부분이 함께 있는데, 이런 화합물을 계면활성제라고 합니다.

계면활성제는 물과 만나면 친수성 부분은 물과 닿는 표면을 형성하고, 소수성 부분은 물을 피하고자 서로 뭉칩니다. 결과적으로 구형의 집합체를 형성하고, 이런 집합체를 미셀(micelle)이라고 부릅니다.

손에 기름때 등이 묻은 상태에서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어주면 비누 분자의 소수성 부분이 기름때와 강하게 결합하면서 미셀을 형성하는데, 이런 식으로 기름때를 모은 다음에 물로 씻어주면 기름때를 머금은 미셀이 함께 씻겨 나가면서 세정됩니다.

비누는 비누화 반응(Saponification)을 통해 만들 수 있습니다. 유지(기름)인 트리아실글리세롤에 물과 강염기(수산화나트륨 또는 수산화칼륨 등)를 넣고 가열해주면 트리아실글리세롤의 에스터 결합이 끊어지면서 지방산 세 분자와 글리세롤 한 분자로 가수분해됩니다.

이때 가수분해 되어 나온 지방산이 강염기의 양이온(Na+ 또는 K+)과 결합하면서 지방산의 염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비누이고, 이러한 과정을 비누화 반응이라고 합니다.

비누는 사용할수록 작아집니다. 아주 천천히 작아지므로 그 변화를 느끼기는 어려우나 쓰다 보면 조그마해진 비누를 분명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누가 작아지면서 거품이 잘 안 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확실히 할 것은 비누가 작아졌을 때 큰 비누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거품이 잘 나는 작은 비누들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비누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아서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이유로 비누 제조업체와 화학 쪽 전문가들도 명확한 답을 알지 못해서 이 내용은 제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임을 알립니다.

각설하고, 비누화 반응을 통해 비누가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비누화 반응이 일어날 때 수산화나트륨이 완전히 반응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누에 잔류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산화나트륨이 지방산과 반응하고 남았을 수도 있고, 한 분자 당 3개씩이나 붙어있는 에스터기의 가수분해반응이 한 번에 균일하게 반응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부 반응물이 다른 반응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수산화나트륨에는 조해성이 있습니다. 조해성은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해 스스로 녹는 현상을 말하는데, 비누를 물에 담가두면 눅눅해지는 이유가 수산화나트륨이 수분을 흡수해서 녹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분이 있으면 증발 현상도 함께 일어납니다. 화장실이라는 습한 환경에서 비누는 조해와 증발을 반복하다가 수산화나트륨이 없어진 뒤 증발만 일어나게 되면 비누는 갈라지고 말라 비틀어집니다.

보통 거품이 안 나는 비누가 이런 비누인데, 비누에 수분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여러 비누 사용 후기를 참고해봤을 때 이런 비누는 물에 오랫동안 담가두면 다시 거품이 잘 난다고 합니다. 물론 비누 속 수분이 사라지면 거품은 또 안 나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와 같고, 많이 보이는 주장 중의 하나가 비누의 표면적이 줄어서 그렇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비누가 작아졌을 때 거품이 안 나야 하나 사용하면서 모아둔 여러 비누 조각으로 시험해봤을 때 거품이 잘 나는 것으로 보아 성립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비누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크게 부풀어오릅니다. 그 원인은 비누 속의 수분 때문으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전자레인지는 마그네트론이라는 진공관을 이용한 전자제품으로 마그네트론에 고압의 전류를 흐르게 하면 마이크로파(극초단파)를 생성합니다.

마이크로파는 파장이 1mm에서 1m인 전자기파인데, 음식물에 쏘아주면 물 분자가 마이크로파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1초에 24억 5천만 번이나 전기장의 방향을 바꿉니다.

물 분자도 전기장이 바뀌는 방향에 따라 계속 재정렬하고, 이때 워낙 빠르게 방향이 바뀌다보니 분자 간의 충돌이 일어나 마찰열을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원리로 음식물 속의 수분을 가열해 음식물을 데웁니다. 음식물이 아닌 비누도 마찬가지로 비누 속 수분을 가열해 수증기로 만들면 수증기의 부피가 물보다 더 크기 때문에 비누가 푸풀어 오릅니다.

새 비누는 비교적 두꺼워서 마이크로파가 상대적으로 침투하기 어렵고, 사용 전이므로 수분이 많지 않아서 잘 안 부풀어오릅니다. 쓰던 비누로 하면 크게 부풀어 오르나 비누가 푸석푸석해지므로 하지 말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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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 써가는 비누는 거품이 잘 안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