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은 용변을 어떻게 처리할까?

우주는 지구의 환경과 많이 다르므로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우주복은 호흡 보조, 내부압력·온도·습도 조절, 통신 연결, 외부 환경(우주먼지, 자외선, 태양의 복사열, 방사선)으로부터의 보호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서 옷감이 여러 겹(10~22층)이고, 무게는 100kg이 넘습니다. 그나마 우주 공간은 무중량상태라서 착용 후 움직이는 것은 문제없으나 행동에 제약이 많아져서 섬세한 작업은 어렵습니다.

어쨌든 차세대 우주복은 3~5분 정도면 착용할 수 있게끔 만든다고 하는데, 현대의 우주복은 4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즉, 한 번 입으면 쉽게 벗을 수가 없고, 상황에 따라 오랜 시간 우주복을 벗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우주인은 용변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이와 관련해 웃기면서도 슬픈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인 중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앨런 셰퍼드(Alan Shepard)는 1961년 5월 5일 우주선 발사를 위해 발사대에 올랐습니다. 총 15분으로 된 비행 계획이었기에 우주복을 착용한 이후의 용변과 관련한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발사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4시간 정도로 길어지면서 참지못한 앨런은 바지에 소변을 누게 됐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NASA에서는 우주인을 위한 화장실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폴로 계획(Apollo Program,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켰다가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미국의 계획) 때는 롤 온 커프(Roll on cuff)라는 라텍스로 만든 소변주머니를 준비해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콘돔과 비슷하게 생긴 롤온커프는 플라스틱 튜브에 연결되어 소변가방으로 이어져있었는데, 종종 새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위 사진은 아폴로 비행선의 우주비행 당시 사용한 소변가방(UTS(Urine Transfer System) with roll-on cuff)으로 소변은 이를 활용해 처리했고, 대변은 대변이 부패해 가스가 나올 수 있어서 대변 가방(Fecal bag)에 눈 뒤 액체 살균제(germicide)랑 같이 반죽해 포장하여 지구로 가져왔습니다.

그나마 화장실의 형태를 갖추었을 때는 NASA가 1973년 최초의 소형 우주 정거장 스카이랩(Skylab)을 건설하면서입니다. 조그맣게 뚫린 구멍에 용변을 빨아들이는 팬(fan)이 있고, 일반 변기의 1/4 크기로 만들었는데, 조그마한 구멍 안에 용변을 봐야 하므로 카메라를 이용해 자신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정확한 위치에 누는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화장실의 형태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쓰는 화장실과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사용하던 화장실이 고장나서 소변 처리에 문제를 겪은 때가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개발한 우주 화장실을 미국의 인데버호(Endeavour)에 태워 보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봤으면 우주선 내에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 보이는데, 우주선 밖에서 작업할 때나 오랜 시간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우주왕복선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는 여성은 소변흡수트렁크(DACT, Disposable Absorption Collection Trunk)를, 남성은 소변수거장치(UCD, Urine Collection Device)를 사용했고, 현재는 성별 구분 없이 최대흡수내의(MAG, Maximum Absorbency Garment)라는 것을 착용합니다.

어쨌든 우주인의 용변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NASA에서는 Space Poop Challenge를 개최했는데, 1등한 아이디어를 살펴보면 우주복이나 의복의 가랑이에 작은 포트를 만듭니다. 그리고 가방이나 튜브를 부착한 뒤 폐기물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아이디어입니다.

NASA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당장에 활용할 수는 없어도 일부를 활용해 우주복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NASA에서는 2020년 6월에도 Lunar Loo Challenge라는 것을 개최했는데, 2024년에 남자와 여자를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아르테미스(Artemis Program)를 위해 지구 중력의 1/6 정도인 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시스템을 공모하기도 했습니다.

1등한 팀은 Ring Fan이라고 쓰여있는 파츠 내부에 빠른 유속을 발생시켜 용변을 누었을 때 기압 차이로 용변이 아래쪽에 밀려나게끔 하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여기까지 우주에서 어떻게 용변을 처리하고 있고,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알아봤습니다. 일상에서는 문제 없이 해결하던 사소한 부분들이 우주에서는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강운현(한국과학기술연구원-진공과 플라즈마 응용기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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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은 똥·오줌을 어떻게 해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