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와 ‘예’는 일상에서 정말 많이 사용하는 감탄사로 대답할 때나 되물을 때 사용합니다. 그런데 ‘네’와 ‘예’는 무슨 차이가 있길래 따로 존재하는 걸까요?
두 감탄사는 뜻에 차이가 없는 복수 표준어입니다. 즉, 사용에 있어서 차이를 둘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를 ‘네’보다 격식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사용하는 때를 구별하기도 합니다.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차이가 있기라도 한 걸까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사회언어학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는데, 기존에는 똑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형태의 언어 표현을 사람들이 이유 없이 바꿔가며 사용한다고만 봤습니다.
그런데 사회언어학은 이런 사용 양상에 사회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언어와 맺는 관계에 관해 연구하여 설명을 시도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연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들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송인성 교수의 논문(“성별, 연령 및 역할에 따른 ‘네’ 와 ‘예’ 의 실현 양상.” 영주어문 43 (2019): 91-118.)에서는 ‘네’와 ‘예’가 사용되는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TV 드라마 전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격식과 비격식의 상황에서 ‘네’와 ‘예’의 출현 빈도가 성별에 따라서 크게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정확히 따져 보면 성별에 관계없이 ‘네’를 보편적으로 사용했으나 남성의 경우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예’의 사용이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여성의 경우에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서 ‘예’의 사용이 비격식 상황보다 약소하게 증가했는데, 여전히 ‘네’의 사용이 절대적으로 많았다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면 대학교 수업 시간에 출석을 부를 때 남학생의 경우 ‘네’보다 ‘예’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해서 대답하는 건 아니었으나 ‘예’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학생은 대부분 ‘네’로 대답했다고 합니다.
즉, 사회적인 요인 중 성별에 따라서 ‘네’와 ‘예’의 사용 빈도에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관련해서 다양한 주장이 있긴 하나 근거로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성별과 연령에 대한 요인으로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나이에 따른 ‘네’와 ‘예’의 출현 빈도를 비교한 표를 보면 10대 때는 성별에 관계없이 ‘네’의 사용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20대 때부터 남성에게서만 ‘예’의 사용이 급증하는데, 개인적인 추론으로 군대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에서는 상관에게 대답할 때 “예. 알겠습니다!”를 사용하도록 요구받습니다. 상명하복이 확실한 군대에서 ‘예’를 사용하도록 경험한 것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적인 추론이고, 학문적으로 검증된 내용은 아니므로 하나의 의견으로만 봐주길 바랍니다.
이처럼 사회적인 요인이 언어에 변화를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언어학자 라보브(William Labov)의 실험이 잘 알려졌습니다. 그는 미국 뉴욕시의 백화점에서 일하는 점원들이 4층 의미하는 fourth floor에서 모음 뒤에 오는 ‘r’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관찰했습니다.
방법은 4층에 있는 물건의 위치를 점원에게 묻고 발음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는데, 결과를 보면 부자들이 주 고객인 백화점일수록 고객 응대에 신경을 쓰기 위해 ‘r’ 발음을 표준에 가깝게 했고, 서민들이 주 고객인 백화점일수록 ‘r’ 발음을 생략하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물론 미국 영어에서 모음 뒤에 오는 ‘r’은 발음되기도 하고 생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이 양상이 사람들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계층이라는 사회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네’와 ‘예’의 사용도 다양한 사회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고, 이 글에서는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이를 알아봤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도움 : 서울대학교 국어학 박사수료생 고동현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송인성 교수님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