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잠은 하루 중 삼분의 일의 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적지 않은 시간을 잠에 보내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잠을 줄여가며 깨어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에 대한 욕구는 다른 여타 욕구와 비교해도 매우 강력해서 지속적으로 잠에 저항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잠을 계속 안 잔다면 어떻게 될까요?
1964년 랜디 가드너(Randy Gardner)라는 당시 17살 학생이 과학 박람회 프로젝트로 연구원들의 감독하에 잠을 안 자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공식적인 연구가 아니라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11일 이상 깨어 있는 목표를 달성한 후 실험은 종료됐습니다.
관찰된 모습을 보면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과 기억력이 현저히 감소했고, 감정변화가 심했습니다. 그리고 환각과 편집증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언어능력과 운동능력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또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의 한 연구팀이 쥐를 이용해 진행한 실험이 있습니다. 물 위에서 회전하는 유리 원판에 쥐를 올려놓고 잠을 못 자게 한 뒤 상태 변화를 관측했는데, 그 결과 음식을 섭취했음에도 체중이 감소했고, 피부에 병변이 생겼으며, 다발성 장기 손상이 일어난 후 약 2주에서 한 달 사이에 죽었습니다.
비윤리적이고, 물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실험이라 비판도 있었으나 수면이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보다시피 잠을 안 자면 정신과 육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이유가 뭘까요?
잠의 효과는 크게 뇌에 미치는 영향과 뇌를 제외한 나머지 몸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잠은 뇌가 잠시 꺼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고, 다양한 두뇌 활동과 생명 작용이 일어나는 능동적인 과정입니다.
일단 뇌세포를 비롯한 우리 몸의 세포들은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세포 내부에 알리기 위해 각종 신호전달 분자를 이용합니다. 만약 잠을 자지 않으면 뇌세포의 신호전달 분자 균형이 깨지면서 고갈 쪽으로 치우쳐 정상적인 신경 활동이 일어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PFC))에 문제가 생기며 전화번호를 외우는 등에 쓰이는 단기기억(작업기억)이 감퇴합니다.
또 우리가 자는 동안에는 기억 중추인 해마가 대뇌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깨어있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재공고화하는데, 잠을 자지 않으면 이 기능이 약화하면서 장기기억에도 영향을 줍니다.
잠을 자지 않으면 여러 정보를 통합해 처리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지고, 본능적인 생존 욕구에 관여하는 변연계의 활동이 증가합니다.
하룻밤을 새우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의 반응이 60%나 증가하는데, 그래서 수면 부족인 사람은 쉽게 불안감을 느끼고 예민합니다.
하지만 기타 감정 처리 기능은 저하되므로 전체적으로 감정은 무뎌져 보입니다. 또 절제에 실패하고 쾌감을 추구함에 따라 고열량 음식을 과식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즉, 잠을 자지 않으면 육체적·정신적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외부에서 강제로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이라면 결국에는 죽음에 이를 것이고, 본인 의지만으로 깨어 있으려고 한다면 버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선잠에 빠질 겁니다.
따라서 충분히 자야 하고, 최근에는 잠이 뇌의 노폐물 처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세포에서는 다양한 대사 과정이 발생하고, 이때 노폐물도 만들어집니다. 발생한 노폐물은 신체의 여러 시스템이 처리하는데, 뇌 노폐물은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라는 것이 처리해줍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 뇌세포 부피가 쭈그러들고 뇌조직 사이를 채우고 있는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의 노폐물을 간질액(ISF, interstitial fluids)으로 교환하는 식으로 노폐물을 씻어내 줍니다.
잠을 자지 않으면 뇌의 노폐물이 계속 쌓이고, 뇌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치매는 노폐물 축적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만성 수면 부족은 치매 발병 확률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뇌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 기관도 잠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로 최근 제시되는 가설은 잠이 대사활동의 시간적 분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반응들은 서로를 방해하기도 해서 동시에 일어나기 힘든 반응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포들은 깨어 있을 때와 잘 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분리해서 수행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잠을 자지 않으면 두 가지의 대사 반응이 뒤섞이면서 세포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잠을 거부하면 뇌를 포함해 신체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칩니다. 잠은 정상적인 생명 활동에 필요한 분자들을 재생산하고 보충하며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중요한 활동이므로 꼭 필요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미시간대학교 의식과학센터에서 의식과학 분야를 연구 중인 장현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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