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숯맛·훈연맛은 정말 존재하는 맛일까?

음식을 조리할 때 설탕이나 소금 등 다양한 조미료를 이용해서 맛을 냅니다. 맛에는 일반적으로 짠맛이나 단맛, 신맛 등이 있는데, 불맛이라는 표현도 음식에서 종종 쓰입니다. 이러한 불맛을 내기 위해서는 음식에 직접적으로 불을 가해줘야 합니다. 불을 가해서 음식을 조리하면 사용한 조미료 외의 맛이 추가되어 음식의 맛을 돋웁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불은 연료가 되는 물질이 연소하면서 빛과 열을 방출하는 현상인데, 불에도 정말 맛이 존재해서 불을 음식에 가하면 불맛이 추가되는 걸까요?

불맛을 내는 과정이 꼭 음식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불맛을 음식이 탄 맛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해가 없도록 탄 음식을 정의해보면 고온의 열과 압력으로 음식물, 그러니까 유기물이 산소가 적은 조건에서 열분해 또는 화학적 변화에 의해 탄소가 풍부한 물질로 변한 것(*탄화)을 말합니다.

* 탄화 : 유기물이 산소가 적은 조건에서 열분해 또는 화학적 변화에 의해 탄소가 풍부한 물질로 변하는 현상.

그런데 불맛은 탄 음식에서 나는 맛과는 다릅니다. 화학적으로 이야기해보면 식재료를 150~250℃의 고온에서 가열하면 식재료에 포함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이 열에 의해 화학적 구조가 변합니다.

이때 두 가지 재료가 복합적으로 반응하고, 화학반응이 충분히 일어나면서 만들어진 휘발성 화합물들에 의한 맛과 향이 불맛의 정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휘발성 화합물들은 재료와 조건에 따라서 비율이 다양해질 수 있는데, 대체로 아래와 같은 물질들이 포함됩니다.

불맛은 이와 같고,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불맛을 고온에서 당의 카라멜화, 마이야르 반응, 기름의 스모키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맛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원리는 이해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식품 회사에서는 불맛의 성분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할까요?

먼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합니다. 그리고 혼합액을 일정한 속도로 고온(150~250℃)의 반응기에 분사해주고, 증기 형태의 반응물을 냉각해서 향이 농축된 액체를 얻습니다. 이렇게 얻은 향미 성분을 음식에 소량 넣어주면 음식의 향과 맛이 변하고, 이를 불맛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숯맛에 관해서 알아보면 고기를 숯에 구워 먹으면 평소 먹던 고기와는 맛이 다릅니다. 그 이유는 고기에서 숯으로 떨어진 육즙(기름+단백질+당)이 고온에서 순식간에 반응하여 고기 표면에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훈연맛은 뭘까요? 숯맛은 불맛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나 훈연맛은 화학적으로 전혀 다른 물질에서 시작합니다. 훈연맛은 생나무에 많이 포함된 섬유질의 일종인 리그닌(lignin)과 셀룰로오스(cellulose)가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고온으로 열분해 또는 불완전 연소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이중 리그닌은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구조를 가진 만큼 열 분해될 때는 더 다양한 생성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온도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있습니다.

반응을 대략적으로 설명해보면 200℃에서는 라디칼 결합반응이, 300℃에서는 퀴논 메타하이드 반응이, 그보다 더 고온에서는 가지 작용기 전환이 주로 일어나고, 고분자를 다시 형성해 숯이 되거나 단분자의 휘발성 기체가 되어 방출되는데, 이것이 훈연맛을 냅니다. 이는 일반적인 나무가 연소해서 발생하는 반응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런 원리들 때문에 바비큐를 할 때 훈연맛을 잘 내고자 젖은 나무를 올려서 빠르게 연소하는 것을 막고, 천천히 불완전 연소시키는 겁니다. 참고로 기체 상태로 날아가는 것을 잘 모아서 액화시킨 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목초액(Liquid smoke)이 있습니다. 목초액의 성분은 불맛의 성분과 비슷하나 비율은 다르다고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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