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후자의 불은 불로 인한 재난으로 화재라고 합니다. 화재의 원인에는 실화 또는 방화가 있습니다. 실화는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화재이고, 방화는 사람이 고의로 불을 질러 발생하는 화재입니다. 실화와 방화 모두 초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참혹한 결과를 유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여 소화기를 건물 곳곳에 비치해두는데, 만약 소화기가 없는 상황이라면 불을 어떻게 진화할 생각인가요? 아마 대부분 물을 떠올렸을 겁니다. 이때 찬물이 좋을까요, 뜨거운물이 좋을까요?
먼저 불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연소의 기본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연소에는 연료와 발화점 이상의 온도, 산소 등 세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고, 연소가 계속 일어나기 위해서는 3요소 외에 연쇄반응도 필요합니다.
기본조건 중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연소하지 않는데, 이는 연소 중인 상황에서도 해당하므로 화재 진압의 기본 원리가 연소의 기본조건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소화기는 산소를 차단하고, 특수한 소화약제로 온도를 낮추어 화재를 진압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어쨌든 앞서 소화기가 없을 때 물을 사용한다고 했으니 물로 어떻게 화재 진압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발생합니다. 마찬가지로 불에다가 물을 뿌리면 열기에 의해 물은 기화할 겁니다.
그런데 물이 기화하면 대기 중으로 그냥 날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비열이 커서 열에너지를 흡수하면서 날아가고, 이 과정에서 발화점 이하의 온도로 낮출 수 있어서 불을 진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이 수증기가 되면 부피가 약 1,700배 정도 커집니다. 그래서 수증기가 산소 공급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줄 수 있기에 불을 진압할 수 있습니다. 즉, 물을 뿌려서 불을 끄는 행위는 연소의 기본조건 중에서 발화점 이상의 온도와 산소를 차단하는 원리입니다.
각설하고, 찬물과 뜨거운물 중에서 뭐가 좋을까요? 많은 사람이 뜨거운물보다 찬물이 발화점 이상의 온도를 더 빨리 낮추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결론을 말해보면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온도가 점차 오르기 시작해 800~1,200℃까지 오르고, 다 태운 후에 자연 소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도가 10℃인 물이나 100℃인 물이나 큰 차이가 없으므로 상관없다는 겁니다.
그래도 명확히 비교해보자면 뜨거운물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가 100℃이므로 찬물보다 온도가 높은 뜨거운물이 조금 더 빨리 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끓인 물을 계속 공급할 수는 없기에 찬물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추가로 많은 사람이 화재에는 무조건 물을 뿌리면 되는 줄 압니다. 화재에는 일반화재(A형), 유류화재(B형), 전기화재(C형), 금속화재(D형), 특수화재 등이 있는데, 이중 일반적인 가연성 물체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일반화재를 제외한 화재에서는 물이 효과가 없거나 자칫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화기도 화재의 종류에 맞게끔 존재하니 참고 바랍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가벼운 화재에 산소를 차단하는 원리를 이용해 진화하고자 이불이나 담요로 그냥 덮는 경우가 있는데, 웬만큼 두껍지 않으면 연료를 공급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물을 충분히 적신 다음에 덮어줘야 안전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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