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을 가열하면 정말 발암물질이 만들어질까?

우리나라에서 참기름을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을 보면 참깨를 세척해서 건조해주고(50℃에서), 210℃ 이상의 고온에서 볶아줍니다. 이후 참깨 껍질 등의 분진을 제거해준 뒤 압착하여 기름을 추출하면 완성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참기름은 고소한 맛과 향이 일품인데, 나물이나 볶음밥, 드레싱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됩니다.

그런데 이런 참기름을 가열하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참기름을 직접적으로 가열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으나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리고 발암물질이 만들어지는 게 맞다면 다른 기름은 직접 가열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때는 괜찮은 건지도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기름의 발연점과 발화점 등이 무엇인지, 발연점 이상으로 가열하면 어떻게 되고 무엇이 생성되는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기름을 계속 가열하면 물을 가열했을 때처럼 보글보글 끓지 않고, 어느 순간 계속 연기만 나는데,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를 발연점(Smoking point)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발연점 이상으로 기름을 가열하면 스파크나 불꽃이 있는 경우 불이 붙는 최소 온도인 인화점(Flash point)에 도달하게 됩니다.

인화점에 도달하면 액체의 표면 위에서 증기와 공기가 혼합된 혼합물이 잠깐동안 불이 붙어서 순간적인 섬광을 내고 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가열하면 외부의 자극 또는 스스로 붙은 불이 지속해서 타오르게 됩니다. 이때의 온도를 발화점(Fire point)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발연점, 인화점, 발화점 순서로 온도가 높아집니다.

참기름의 경우 발연점은 170℃, 인화점은 220℃, 발화점은 320℃ 정도입니다. 다만, 참기름을 자세히 다룬 연구자료는 찾을 수 없어서 실제와 다를 수 있는데, 알려진 온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기름을 가열했을 때 각 기름별로 발생하는 물질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내용을 중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발연점은 각 기름의 고유 특성이고, 기름의 품질과는 무관합니다. 일반적으로 유리지방산(FFA, Free Fatty Acid)이라는 물질의 함유량이 낮을수록 발연점이 높고, 발연점 이상에서 발생되는 연기에 몸에 좋지 않은 독성물질이 많이 포함됐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발연점에서 어떤 현상에 의해 독성 물질이 만들어지는 걸까요? 발연점에서는 뜨거운 기름과 공기 중의 산소, 수증기 등이 활발히 화학반응을 합니다. 이때 일어나는 주된 반응은 가수분해·중합·산화·열분해 등이 있고, 이런 반응의 결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다량 발생합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주요 물질에는 알데하이드, 케톤, 알코올, 다이엔, 산, 아클로레인 등이 있고, 이중 주요 발암물질인 알데하이드류를 살펴보면 가열 온도가 높을수록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방출 속도도 빨라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중 아크롤레인은 담배나 가솔린을 연소할 때 나오는 매연에서도 발견되는 물질이고, 지방을 함유한 음식을 고온에서 가열·연소할 때도 발생되는 편입니다.

아크롤레인은 기도를 자극하면서 궁극적으로 발암물질로 작용하는 식인데, 기름의 종류와 상관 없이 기름 연기를 많이 마시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화학반응, 그리고 다른 물질의 생성은 기름의 화학적 성질뿐 아니라 물리적 특성도 변화시킵니다.

이를 기름의 열화(Degradation)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기름이 열화하면 유리지방산·과산화물·요오드·극성화합물 총량·고분자화 중성지방들이 증가하는 등의 화학적 변화로 인해 발연점이 낮아져 같은 온도에서 연기가 더 많이 발생하고, 색과 점도는 짙어집니다. 또한, 맛에 변화가 생기며, 거품이 많이 발생하는 등의 물리적 변화들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특성의 변화는 기름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사용기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참기름처럼 발연점이 비교적 낮은 기름으로 튀김 요리를 하거나 볶음 요리를 하는 등 발연점 이상의 온도를 가해야 하는 조리를 하면 발암물질 섭취 또는 흡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름을 사용해서 요리할 때는 용도에 맞는 기름을 사용하고, 고온에서 오랫동안 가열하지 않으며, 기름을 너무 많이 재사용하는 행동 등을 피해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발생량을 줄여야 안전합니다.

또 이미 발생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해서는 맛과 향 등 물리적 특성이 변한 기름을 먹지 말고, 튀김 요리를 할 때는 환풍기를 꼭 틀어서 환기를 잘 시켜줘야 합니다.

보다시피 고소한 맛과 향이 일품인 참기름은 고온에서 독성 물질을 발생시킵니다. 우리 삶도 과한 욕심을 부리면 본질을 잃고 해가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과한 욕심은 덜어내어 균형을 맞춰 살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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