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장갑 끼고 치킨 먹으면 손에 왜 기름이 묻을까?

치킨을 먹을 때 맨손으로 먹거나 젓가락을 이용해서 먹을 겁니다. 아니면 일회용 비닐장갑(폴리에틸렌 장갑)을 끼고 먹을 텐데, 비닐장갑을 끼고 프라이드 치킨을 먹으면 손에 기름이 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신가요?

저는 젓가락을 이용해서 먹는 편이라 몰랐습니다. 질문을 받고 나서 알게 됐고, 최근 프라이드 치킨을 먹을 일이 있어서 비닐장갑을 끼고 먹어봤습니다. 놀랍게도 비닐장갑을 끼고 먹었음에도 손에는 기름이 묻어 있었습니다.

비닐장갑은 비닐로 만든 일회용 장갑이고, 손에 무언가를 묻히기 싫을 때 사용합니다. 치킨을 먹을 때도 손에 양념이나 기름이 묻는 게 싫을 때 사용하는데, 손에 기름이 묻으면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혹시 치킨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비닐장갑이 녹아버린 건 아닐까요?

일단 비닐장갑의 재료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low density polyethylene)입니다. 폴리에틸렌은 석유의 원유를 분류하여 나프타(원유를 증류할 때 35~220℃의 끓는점 범위에서 유출되는 탄화수소의 혼합체) 부분을 분리하고, 이를 분해해서 약 25%의 에틸렌을 분취한 뒤 만들어진 에틸렌을 중합시켜 만듭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밀도에 따라 고밀도와 저밀도로 분류합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은 비닐장갑, 비닐봉투, 랩 등의 재료로 사용하고,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쇼핑 비닐백이나 전선, 우유 용기 등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폴리에틸렌이 비극성(↔극성: 분자 내에서 양전하와 음전하의 무게중심이 일치하지 않음)이므로 기름이 유기용매(유기물질로 이루어진 다른 물질을 녹이는 물질) 역할을 해주어 소수성 상호작용으로 용해됐을 거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저밀도 폴리에틸렌은 쉽게 용해할 수 없는 고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여러 곳에 수소문했고,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생각보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손에 기름이 묻는 이유는 유기용매가 폴리에틸렌을 쉽게 투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수용액(용매를 물로 하여 만들어진 용액) 물질은 비닐장갑을 투과할 수 없으나 유기용매는 쉽게 투과할 수 있습니다.

즉, 비닐장갑을 끼고 치킨을 먹으면 치킨의 기름이 비닐장갑을 투과하여 손에 묻으므로 의미가 없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두꺼운 비닐 장갑을 끼거나 두 장을 끼면 그나마 괜찮고, 양념 등은 기름이 덜하므로 양념치킨 등을 먹을 때는 유용합니다.

실험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인데, 화학실험을 할 때 약품으로부터 손을 보호하겠다고 폴리에틸렌 장갑을 끼고 하면 낭패입니다. 실험할 때는 꼭 합성고무 장갑을 사용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주제에 관한 원인은 해결했는데, 저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랩의 포장 용기 겉면에 사용 시 주의사항을 보면 지방(기름) 성분이 많은 제품에는 직접 접촉을 주의하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용해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문구로 왜 접촉을 주의하라는 걸까요?

 일단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기름(유기용매)이 랩을 투과해서 나올 수 있고, 랩의 특성상 식품을 포장할 때 주로 이용할 텐데, 기름이 투과해 나온 상태에서 오래 두면 변질하기 쉽습니다.

또한, 전자레인지에서 녹을 수 있고,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 랩을 투과해서 나온 기름이 온도를 더 높이면서 랩을 녹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첨가제로 사용한 가소제 등이 녹아서 나올 수 있고, 제품에 붙어있던 이물질 등도 녹아서 식품에 흡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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