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에탄올(알코올)에 물을 희석해 주조한 것으로 많은 사람이 즐겨 마시는데, 에탄올은 소독할 때도 많이 사용합니다. 음용과 소독의 두 개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주를 마시면 속이 소독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속을 소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1971년에는 장내 기생충 감염률이 무려 84.3%로 매우 높았습니다. 현대의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2~3% 수준으로 부주의한 생선회 섭취(민물고기, 위생불량)나 유기농 채소 등을 먹으면서 기생충에 감염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생선회를 먹을 때는 기생충 감염을 많이 주의하는 편인데, 어르신들이 생선회를 먹을 때 술을 마시면 속이 소독되어 기생충이 죽으므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결론부터 말해보면 술을 마셔서 속을 소독하는 것은 많이 어렵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에탄올을 소독할 때 사용하는 이유는 살균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에탄올은 삼투능력이 커서 세균 표면의 막을 뚫고 들어가 단백질을 응고시켜 세균을 사멸시킬 수 있습니다.
소독용으로 사용하는 에탄올의 농도는 70~80%입니다. 100%가 아닌 70~80%의 농도를 사용하는 이유는 농도 100%의 에탄올은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세균 표면에 단단한 막(biofilm)을 형성하게 해 세균이 오히려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농도가 너무 낮아서도 안 되는데, 소독 효과를 기대하려면 에탄올 농도가 50% 이상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주로 마시는 술의 에탄올 농도는 이보다 훨씬 낮으므로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에탄올 농도가 50% 이상인 술을 마시면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 에탄올 농도가 50% 이상인 술이 존재하므로 타당한 질문입니다.
이론적으로 술의 에탄올 농도가 50% 이상이고, 장이나 구강 조직에 술을 충분한 시간 동안 노출시킬 수 있다면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탄올은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고, 술을 마실 때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므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노출된 상처에는 사용해도 될까요? 마실 필요 없이 부어버리면 되고,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드카 등을 상처에 붓는 장면이 종종 나오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에탄올 농도가 50% 이하인 술에서는 소독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독한 술에 속하는 위스키나 보드카의 에탄올 농도는 40% 수준이므로 상처에 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술에는 여러 첨가물이 들어있습니다. 첨가물 중 당분은 세균 증식을 도와주므로 상처 소독을 위해 술을 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끝으로 약국에서 소독용 에탄올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손소독제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직접 소독제를 만들어서 사용하곤 합니다. 이때 구매한 소독용 에탄올에 적힌 성분 함량을 보면 100㎖ 중 83㎖라고 적혀있을 겁니다.
앞서 소독 효과가 좋은 농도는 70~80%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높은 수치를 보고 임의로 물을 넣어 희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보고 따라 했을 텐데, 사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사용한 에탄올은 순도 100%가 아니라 95% 정도라서 농도를 환산해보면 78~79% 정도입니다. 즉, 따로 희석해서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종종 에탄올과 메탄올을 헷갈려서 메탄올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우 주의해야 할 행동으로 메탄올은 독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약국에서 구매할 때 약사가 사용 용도를 확인해서 설명해줘야 바람직한데, 그냥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메탄올은 실명과 뇌 손상,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한 품목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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