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수면 중에 외부 감각과 상관없이 뇌의 내부 활동만으로 겪는 의식적 경험입니다. 보통 꿈속에서의 우리는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데, 간혹 꿈을 의식하는 때가 있고, 이를 자각몽 또는 루시드 드림이라고 합니다.
자각몽은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은 자각몽을 꿀 때 꿈을 마음대로 조종하여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자각몽을 꾸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자각몽을 어떻게 꿀 수 있을까요? 인공적인 자극 또는 훈련을 통해서 꿀 수 있는데, 자각몽이 발생하는 원리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수면에는 여러 단계가 있고, 잠을 자는 동안 수면 단계를 4~5번 정도 반복합니다. 개중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렘(Rapid Eye Movement)수면 단계는 아래 사진의 노란색 부분이고,, 자각몽은 렘수면 단계에서 평균 15분 정도 일어납니다. 이후 자각몽 상태를 잃고 다시 보통의 렘수면으로 빠지거나 잠에서 깨게 됩니다.
2012년 한 논문에 따르면 자각몽을 꾸는 사람의 뇌는 메타인지와 고등 사고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전전두엽(prefrontal lobe)과 자의식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쐐기앞소엽(precuneus)의 활동이 일반 수면 중인 사람보다 증가해 있었다고 합니다.
즉, 보통 꿈에서는 비현실적인 경험을 해도 그것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뇌 부위가 제대로 활동하지 않아서 의식하지 못하는데, 해당 부위가 수면 중에도 정상 활동을 하면 꿈속이라는 것을 의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2015년 엘리사 필레비히(Elisa Filevich)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자각몽을 자유자재로 꾸는 루시드 드리머들은 메타인지를 담당하는 뇌 영역인 전두극엽(frontal pole)의 두께가 평균보다 더 두꺼웠고, 혈류량도 더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자각몽이 뇌의 앞쪽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2014년 독일의 우르술라 보스(Ursula Voss) 연구팀은 뇌의 앞쪽 영역에 25Hz와 40Hz의 약한 전기 자극을 주어 활성화해 자각몽을 인공적으로 꾸게 하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각몽을 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뇌의 앞쪽 영역에 자극을 주어야 할까요? 해당 방법은 일반인이 진행하기에는 위험하므로 해서는 안 되고, 과학자들이 여러 훈련법 중에서 효과가 있다고 보는 세 가지 훈련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기법은 잠들기 전에 꾸고 싶은 꿈을 미리 상상하고, 그 꿈을 자각하는 자기 모습을 그려보는 겁니다. 주로 밤잠보다 낮잠을 자기 전에 이 연습을 하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기법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지금이 꿈인지 아닌지를 자신에게 되묻고, 현재 경험이 비현실적이지는 않은지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깨어 있는 동안 이를 반복 훈련하여 습관이 되면 꿈속에서도 습관대로 행동할 확률이 높고, 이질적인 느낌에 꿈을 자각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세 번째 기법은 꿈 일기를 쓰는 겁니다. 꿈 일기를 쓰다 보면 비정상적인 특징이 자주 반복될 텐데, 이 특징이 꿈에서 나타날 때 꿈이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기억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자각몽을 꾸기 전에 위험성도 알아야 합니다. 자각몽은 각성 상태와 렘수면이 혼합된 부자연스러운 상태입니다. 따라서 자각몽 훈련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현실 인식을 방해하고, 정상적인 수면 리듬을 방해합니다.
실제 자각몽을 많이 꾸는 사람일수록 수면의 질이 나빴다는 통계 결과도 있고, 현재 정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각몽 훈련이 환각과 섬망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점도 있습니다. 자각몽을 자주 꾸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높았고, 창의력과 스트레스 저항성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각몽은 치료에도 활용되는데, 반복된 악몽이나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완화하는 데에 쓰이기도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카이스트(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졸업하고, 의식과학 분야를 연구 중인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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