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좋을까?

잠을 잘 때 정면을 보고 자는 사람이 있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는 방향을 따로 생각해서 눕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때그때 편한 방향에 따라 뒤척이면서 잠을 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잠을 잘 때 왼쪽으로 누워서 자야 좋다는 정보성 기사가 참 많이 보입니다. 자는 방향이 건강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걸까요?

사람의 내부 장기는 외관과 달리 좌우대칭이 아니므로 어느 방향으로 누워서 자느냐에 따라 장단점이 있고, 이에 따라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먼저 위식도 역류증(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환자나 식사 직후에 눕는 경우입니다. 음식을 섭취하면 구강-인두-식도-위 등의 순으로 이동합니다. 참고로 식도에서 위로 넘어가기 직전에는 하부 식도 괄약근(LES, Lower Esophageal Sphincter)이라는 근육 띠가 있습니다. 음식물이 이동할 때만 열리는 근육 띠로 평상시에는 위의 음식물과 위산이 역류하지 않도록 꽉 조여주고 있습니다.

이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약하면 위에 있는 음식물과 위산이 역류하고, 식도에 손상을 입히면서 명치 끝이 쓰리고 아픈 위식도 역류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해당 증상은 하부 식도 괄약근 기능에 문제가 없는 일반인도 음식을 많이 먹고 누우면 종종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증상이 눕는 방향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위가 해부학적으로 복부 왼쪽에 있고, 식도는 몸의 중간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중력으로 인해 음식물과 위산이 하부 식도 괄약근에 접하면서 식도 쪽으로 역류하기 쉬워지나 왼쪽으로 누우면 위에 고이므로 하부 식도 괄약근에 압력이 덜 가해집니다. 이런 이유에서 위식도 역류증·식사 직후일 때는 왼쪽으로 눕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바로 눕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위로 들어간 음식물이 비워지기까지 2시간 정도 걸리므로 그 이후에 눕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음으로 임신부도 왼쪽으로 눕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내 큰 혈관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복부의 등 쪽에는 거대한 동맥인 복부 대동맥(abdominal aorta)이 인체의 거의 정중앙에 있고, 거대한 정맥인 하대정맥(inferior vena cava, IVC)이 대동맥의 우측에 있습니다.

임신부는 복부에 태아가 있어서 정면을 보고 누우면 태아가 복부 대동맥과 하대정맥을 압박하게 됩니다. 대동맥은 혈압이 세므로 혈류 흐름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나 정맥은 혈압이 매우 낮으므로 태아의 압박만으로도 혈류의 흐름이 차단될 수 있습니다.

하대정맥은 다리에서 오는 정맥혈을 받은 뒤 심장 쪽으로 보내는 통로이므로 하대정맥이 막혀서 정맥의 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다리에 혈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혈전이 생기면 염증도 생기고, 정맥류가 생길 수 있으며, 혈전이 떨어져나와 색전이 되면 폐혈관과 뇌혈관, 관상동맥 등을 막아서 뇌졸증이나 급성 심근경색 등의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임신부는 자주 걷고 움직이는 것이 좋고, 누워있을 때는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것이 좋은데, 하대정맥은 오른쪽에 치우쳐 있으므로 왼쪽으로 누워야 압박되지 않습니다.

코골이 환자도 정면보다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좋습니다. 코골이는 잠을 잘 때 다양한 원인(비만, 뚱뚱한 혀, 음주 등)에 의해 인후부가 좁아져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합니다.

질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리현상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심한 경우 일시적으로 숨이 막히는 수면 무호흡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증상이 지속되면 부정맥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잘 생기므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정면을 보고 눕는 경우 혀와 목젖이 중력에 의해 뒤쪽으로 밀리면서 기도를 좁게 만들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을 악화시키나 옆으로 누우면 혀와 목젖이 중력에 의해 옆쪽으로 밀리므로 상태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의문을 해결해봤는데, 왼쪽으로 누웠을 때 좋은 경우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야기했을 뿐이고, 여러 조건을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류머티즘 관절염이 있는 경우 옆으로 누우면 통증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정면을 보고 눕는 것이 좋고, 심장 기능이 저하된 심부전 환자는 왼쪽으로 누우면 심장에 압박이 가서 부하를 줄 수 있으니 오른쪽으로 눕는 것이 좋습니다.

즉, 어느 방향으로 눕는지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하고, 앞서 말했던 상황조차도 본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해악을 따져봐야 하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잠들기 전 자세가 기상 전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다 보면 뒤척이면서 자세가 바뀌는데, 이는 근육이 움직이면서 정맥 환류를 돕는 등 오히려 필요하면서도 좋은 일입니다. 만약 누운 자세가 고정됐다면 근육이 굳고, 저리고, 혈전이 생기는 등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몸이 편한 자세로 편하게 잠에 들면 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김의사박사 (현직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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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왼쪽으로 누워서 자면 더 좋을까?